“ 베트남에서 우리나라 신도시 개발은 왜 이리 지지부진한가?”

 

대한민국 근대 도시사는 신도시 역사라 불리울 정도로 우리는 다양한 도시건설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신도시 개발사에 1세대(분당, 일산, 평촌 등),  2세대(광교, 판교, 위례, 동탄 등) 등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많은 포토폴리오를 쌓은 한국의 신도시 건설업체들은 수십년 전부터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어디에도 제대로된 한국적 신도시 성공담이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고전을 면치못하는 게 현실이다.  해외에서 한국 건설사가 가장 많이 진출한 베트남에 현재 3개의 신도시 (D사의  하노이 레이크뷰시티,  P사의 하노이 스플랜도라,  G사의 호치민시 나베신도시)는 사업시작한지 10년 – 20년이 경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첫삽을 뜨지도 못했거나  1단계에서 지지부진하다. 왜 그럴까? 이 해답에 자신있게 대답을 할 수 없다면 해외신도시 사업은 재고하기 바란다. 주저앉은 베트남 신도시 사업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왼쪽. G사의 호치민시 나베신도시 / 오른쪽. P사의 하노이 스플랜도라

출처: (좌) http://www.dagroup.co.kr/mobile/sub/project/view.asp?num=222  / (우) https://greenmore.vn/thiet-ke-san-vuon-biet-thu-anh-toan-splendora/

 

첫째, 로컬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 부재로 인허가 및 보상에서 수년이 지체되는 과정을 겪었다. 베트남의 인허가 과정은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오랜 시간 정부 관계자와 친분을 쌓아야 하고 보이지 않는 전 방위적인 로비 문화가 있어 그 구조를 파악하는 대도 시간이 꽤 걸린다. 이쪽 구조에 밝고 신뢰가 쌓인 로컬파트너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한국 건설사들이 신도시 사업 시 100% 단독 지분구조를 언론을 통해 자랑처럼 얘기하지만 결국 그것이 발목을 잡는다. 어설픈 대행사를 끼고 단독으로 진행하다 인허가 과정에서 스케줄이 지연되고 더 많은 인허가 자금이 들어가는 등 매우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사업으로 흘러간다. 토지 보상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주의라 정부가 공권력 동원해서 대거 강제 철거해버릴 것 같지만 민주주의보다 더 힘든것이 베트남에서의 보상 및 주민 이주 절차이다. 개발업자가 정부에 보상금을 지불하고 정부가 주민과 적정선에서 협상하면서 이주와 동시에 사업이 시작되어야 정상인데 정부가 주민들 눈치를 살피거나 혹은 주민과 결탁되어서 더 큰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허송세월만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도 역시 이 지역정서에 밝은 로컬 파트너의 코디네이터 역활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로컬 개발업자도 보상 이슈는 피하고 싶어하는데 외국인들은 감당이 되겠는가?

둘째, 인허가 및 토지 보상을 너머 사업이 착수되더라도 1단계 사업에서 부터 진행이 지지부진해진다.  이유는 초기 로컬 주택시장의 세밀한 분석없이 무리한 고가의 럭셔리 주거상품 위주로 공급해서이다. 미분양 사태가 속출할수 밖에 없는 포토폴리오다. 1인달 GDP가 이제 2300불인 베트남에서 한국건설사들은 1단계 사업부터 10억 이상 호가하는 호화 빌라위주로 주택을 판매하다보니 미분양이 속출했다. 자금 순환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2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수년 째 정체된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 고가의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한 채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수채 혹은 10채 이상을 사들였는데도 불구하고 보유만 하고 있을 뿐 이주를 한다든가 애써 임대를 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은 있는데 아무도 살지 않는 고스트 빌리지가 된 곳이 많다. 수억의 고가 주택 구매자들은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고 오갈데 없는 현금을 묶어 두는 수단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이다 보니 커뮤니티가 생길리 만무하니 1단계 한국의 신도시 지역엔 생기가 돌지 않는다.

그렇다면 개선사항은 무엇일까?

문제에 답이 있다. 베트남의 주택시장에 20년전부터 선구적 붐을 이끌었고 대만의 호치민시 푸미흥 신도시 개발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첫째는 로컬파트너와 사업 지분 쉐어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중장기적 비전을 가져야 한다. 대만 푸미흥사는 호치민시 산하 TTIPC사와 조인트 벤처(7:3)로 시행사를 1997년에 설립하면서 시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초기 사업을 거침없이 진행했다. 매우 보수적인 베트남 공무원 기질을 감안한다면 베트남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신도시가 이렇게 원활히 진행될줄은  몰랐다. 확실한 로컬파트너와 파이를 나눴기 때문에 시너지가 생겨 파이전체가 어마어마하게 커진것이다. 일종의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민관협동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이라 할수 있겠다.

둘째는 로컬 주택시장의 현실과 전망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다양한 주택 공급 포토폴리오를 수립해야한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선 시행과 시공을 분리해서 사업구조를 짜는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건설사가 수행하는 베트남의 신도시 사업 대부분은 시공사가 시행을 주도하는 구조다. 시공쪽에서 사업의 주도권을 쥐다보니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공급하기 보다는 시공이익이 극대화되는 기형적인 형태로 흘러가 첫단추에서 미분양 사태가 속출한다. 푸미흥사는 시행만 하는 회사라 치밀한 시장분석을 통해서 다양한 주택 상품 포토폴리오를 구성했고 설계 시공은 포토폴리오에 맞는 수준에 각각 맡겨졌다. 초기 분양상품은 한채 약 7만불 내외의 흥붕 및 스카이가든 아파트였고 분양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에서 아파트문화를 새롭게 정의하는데 주도적 역활을 했다. 이후에 중고가 아파트 분양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정주해 살면서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유명 국제학교, 대형 쇼핑몰, 프랑스 합작 국제병원 등의 입지로 이어졌다. 개발이 탄력을 받아 부동산 개발의 선순환 구도가 잡힌것이다.  신도시 개발시 초기 분양 성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교훈이다. 핵심은 시행과 시공이 분리되어야 거시적 미시적 경제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주택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택상품을 기획할수 있다는 것이다.

왼쪽. 푸미흥 신도시 중심상업주거지구  / 오른쪽. 푸미흥 신도시 1세대 아파트 스카이가든

출처: (좌) http://cafef.vn/dau-tu-cua-hang-o-phu-my-hung-ty-suat-loi-nhuan-cho-thue-8-20170817174955103.chn (우) http://en.vietstock.vn/2013/05/phu-my-hung-sets-the-standard-for-modern-living-973-148626.htm

 

우리나라가 아무리 국내에서 많은 신도시를 지었다고 해도 해외신도시개발은 다른 얘기다.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될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하듯 해외에서 국내식 접근은 잊기 바란다. 로컬을 잘 이해하는 것이 성공의 첩경이다. 진출할 도시의 사람, 문화, 시장, 관계, 제도 등을 잘 이해하는 것이 큰 사업의 가장 기초이자 성공의 결정요인이다. 1915년 스코틀랜드의 저명한 도시계획가 Patrick Geddes 는 “ Think Globally, Act locally”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베트남으로 향하는 개발사업자들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할 100년전의 슬로건이다.

 

필자인 서덕수는 현재 NIBC 국제개발연구 소장으로, 하버드대학에서 도시디자인을 전공한, 도시개발 전문가이다현재까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